SOLO  EXHIBITION

《Plan : Beyond》
: 김무열 Solo Exhibition


22th Aug

— 19th Sep, 2026

무릇 공간이란 손에 잡히지 않는 것,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발생하고 축적되는 시간의 결과체다. 공간 안에 머무는 사물과 사람은 끝없는 오감의 교류와 주변체들과의 유동적인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스며들며 공간을 빚어낸다.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우리가 실제로 거주하는 공간은 기하학적 좌표가 아니라, 기억과 상상이 켜켜이 쌓인 내밀한 장소라 보았다. 도면 위에 그어진 정확한 선이 하나의 공간으로 완성되기까지는 그 구조물과 그 안에 놓이는 사물, 공간을 통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이 겹겹이 포개져야 한다. 김무열의 이번 도자회화 작업은 이 축적의 지점인 도면이라는 출발점과 그 이후에 쌓이는 시간을 흙이라는 물성에 담아 출발한다. 입체와 건축, 도자를 하나의 몸으로 합쳐 도자회화라는 장르에 처음 시도한 그는, 공간이라는 궁극의 대상에 다가서기 위해 공간의 가장 최초 형태인 도면을 흙이라는 가장 오래된 재료 위에 옮겨놓는다. 도면과 흙 사이에는 본래 접점이 없다. 하나는 미래를 설계하는 추상의 언어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 이 순간 작가의 손의 압력과 시간에 반응하는 물질이다. 이 이질적인 두 항을 하나의 판 위에서 만나게 하는 발상 자체가 김무열의 작업을 기존의 도예나 조각의 문법으로 온전히 설명할 수 없게 만드는 지점이다.

 

이번 개인전 《Plan : Beyond》에서 작가는 계획 너머에 작용하는 미지의 변수들을 새로운 도자회화 〈Slap〉 시리즈를 통해 실제 작업 과정과 결과로 선보인다. 실재하는 미술관 건축의 평면도인 게티, 국립현대미술관, 케 브랑리 자크 시라크, 구겐하임, 사야마이케의 도안을 3D 펜으로 그려낸 뒤 흙판 위에 찍어내고, 그 위에 손이 가는 대로 구조물을 쌓아 올리는 그의 방식은 도면의 권위를 의도적으로 흔드는 행위에 가깝다. 본래 평면도는 손이 개입하기 전에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된 이미지다. 축척과 치수, 벽과 동선의 위치까지 도면 위에서는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김무열 작가는 이 정답을 흙이라는, 손의 압력과 온도와 습도에 따라 매번 다르게 반응하는 물질 위로 옮겨놓는다. 찍혀 나온 평면도는 더 이상 원본과 같은 권위를 갖지 못한 채, 흙의 물성 앞에서 하나의 밑그림으로 격하된다. 그 위에 즉흥적으로 형태를 쌓아 올리는 순간, 도면은 완성된 지시가 아니라 작가의 작업 속에 다양한 방식으로 새겨질 수 있는 무궁한 가능성 그 자체가 된다. 평면도라는 가장 이성적인 이미지가 가장 즉흥적인 손짓과 충돌하면서 작품은 건축이 될 수 없었던 건축, 혹은 건축을 경유해 도달한 회화가 된다.

 

〈Slap〉 시리즈에 담긴 미술관과 박물관들은 여러 시간과 지역에서 온 유물, 예술, 기억을 한 지붕 아래 모으는 장소라는 성격을 공유한다. 작가가 이 도면들을 흙판 위에 겹쳐 찍어내는 행위는 어쩌면 미술관이라는 제도 자체가 수행해온 일, 즉 서로 다른 기원을 가진 것들을 하나의 서사로 봉합하는 과정을 정확히 반복하면서 동시에 배반하는 이중의 제스처다. 흙판 위에 도면들이 겹쳐지며 즉흥적인 형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정돈된 서사 대신 각기 다른 시공간의 형상이 판 위에서 충돌하는 흔적만이 남는다.

 

구조물이 쌓아 올려진 밑판과, 그 위로 새로운 흙판을 던져 흔적을 옮겨 담은 판 사이의 관계 또한 이 지점에서 다시 읽을 수 있다. 완성된 판 위에 새로운 흙판을 던져 아래 형태의 흔적을 옮겨오는 방식은, 흔히 이야기되듯 '경험의 축적'을 넘어 미술품이 새로운 공간에서 제2의 의미를 갖게 되는 과정으로도 바라볼 수 있다. 미술관이 유물을 다루는 방식처럼, 원래의 맥락에서 벗어난 형태가 새로운 전시 서사 속에서 다시 의미를 얻는 과정과 닮아 있다. 김무열의 판들은 기존에 설계된 미술관과 박물관의 정해진 도면을 디딤돌 삼아, 전혀 다른 물성과 우연 속에서 두 번째 삶을 시작한다.

 

자연스레 《Plan : Beyond》는 개인의 서사를 넘어 예술이 공간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완성된 형태로 세워진 수많은 건축물들이 예측 불가능한 흙이라는 물성에 닿았을 때, 그 거대한 구조가 흙 위에 흔적으로 남겨질 수 있는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도면과 흙, 건축과 도자, 원본과 흔적 사이에서 작가가 만들어내는 것은 완성된 답이 아니라 도예 작가로서 결합할 수 있는 예술의 층위에 대해 계속해서 다시 던지는 물음으로 볼 수 있다.



SOLO EXHIBITION

무릇 공간이란 손에 잡히지 않는 것,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발생하고 축적되는 시간의 결과체다. 공간 안에 머무는 사물과 사람은 끝없는 오감의 교류와 주변체들과의 유동적인 관계 속에서 서로에게 스며들며 공간을 빚어낸다.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우리가 실제로 거주하는 공간은 기하학적 좌표가 아니라, 기억과 상상이 켜켜이 쌓인 내밀한 장소라 보았다. 도면 위에 그어진 정확한 선이 하나의 공간으로 완성되기까지는 그 구조물과 그 안에 놓이는 사물, 공간을 통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이 겹겹이 포개져야 한다. 김무열의 이번 도자회화 작업은 이 축적의 지점인 도면이라는 출발점과 그 이후에 쌓이는 시간을 흙이라는 물성에 담아 출발한다. 입체와 건축, 도자를 하나의 몸으로 합쳐 도자회화라는 장르에 처음 시도한 그는, 공간이라는 궁극의 대상에 다가서기 위해 공간의 가장 최초 형태인 도면을 흙이라는 가장 오래된 재료 위에 옮겨놓는다. 도면과 흙 사이에는 본래 접점이 없다. 하나는 미래를 설계하는 추상의 언어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 이 순간 작가의 손의 압력과 시간에 반응하는 물질이다. 이 이질적인 두 항을 하나의 판 위에서 만나게 하는 발상 자체가 김무열의 작업을 기존의 도예나 조각의 문법으로 온전히 설명할 수 없게 만드는 지점이다.

 

이번 개인전 《Plan : Beyond》에서 작가는 계획 너머에 작용하는 미지의 변수들을 새로운 도자회화 〈Slap〉 시리즈를 통해 실제 작업 과정과 결과로 선보인다. 실재하는 미술관 건축의 평면도인 게티, 국립현대미술관, 케 브랑리 자크 시라크, 구겐하임, 사야마이케의 도안을 3D 펜으로 그려낸 뒤 흙판 위에 찍어내고, 그 위에 손이 가는 대로 구조물을 쌓아 올리는 그의 방식은 도면의 권위를 의도적으로 흔드는 행위에 가깝다. 본래 평면도는 손이 개입하기 전에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된 이미지다. 축척과 치수, 벽과 동선의 위치까지 도면 위에서는 하나의 정답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김무열 작가는 이 정답을 흙이라는, 손의 압력과 온도와 습도에 따라 매번 다르게 반응하는 물질 위로 옮겨놓는다. 찍혀 나온 평면도는 더 이상 원본과 같은 권위를 갖지 못한 채, 흙의 물성 앞에서 하나의 밑그림으로 격하된다. 그 위에 즉흥적으로 형태를 쌓아 올리는 순간, 도면은 완성된 지시가 아니라 작가의 작업 속에 다양한 방식으로 새겨질 수 있는 무궁한 가능성 그 자체가 된다. 평면도라는 가장 이성적인 이미지가 가장 즉흥적인 손짓과 충돌하면서 작품은 건축이 될 수 없었던 건축, 혹은 건축을 경유해 도달한 회화가 된다.

 

〈Slap〉 시리즈에 담긴 미술관과 박물관들은 여러 시간과 지역에서 온 유물, 예술, 기억을 한 지붕 아래 모으는 장소라는 성격을 공유한다. 작가가 이 도면들을 흙판 위에 겹쳐 찍어내는 행위는 어쩌면 미술관이라는 제도 자체가 수행해온 일, 즉 서로 다른 기원을 가진 것들을 하나의 서사로 봉합하는 과정을 정확히 반복하면서 동시에 배반하는 이중의 제스처다. 흙판 위에 도면들이 겹쳐지며 즉흥적인 형태가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정돈된 서사 대신 각기 다른 시공간의 형상이 판 위에서 충돌하는 흔적만이 남는다.

 

구조물이 쌓아 올려진 밑판과, 그 위로 새로운 흙판을 던져 흔적을 옮겨 담은 판 사이의 관계 또한 이 지점에서 다시 읽을 수 있다. 완성된 판 위에 새로운 흙판을 던져 아래 형태의 흔적을 옮겨오는 방식은, 흔히 이야기되듯 '경험의 축적'을 넘어 미술품이 새로운 공간에서 제2의 의미를 갖게 되는 과정으로도 바라볼 수 있다. 미술관이 유물을 다루는 방식처럼, 원래의 맥락에서 벗어난 형태가 새로운 전시 서사 속에서 다시 의미를 얻는 과정과 닮아 있다. 김무열의 판들은 기존에 설계된 미술관과 박물관의 정해진 도면을 디딤돌 삼아, 전혀 다른 물성과 우연 속에서 두 번째 삶을 시작한다.

 

자연스레 《Plan : Beyond》는 개인의 서사를 넘어 예술이 공간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완성된 형태로 세워진 수많은 건축물들이 예측 불가능한 흙이라는 물성에 닿았을 때, 그 거대한 구조가 흙 위에 흔적으로 남겨질 수 있는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도면과 흙, 건축과 도자, 원본과 흔적 사이에서 작가가 만들어내는 것은 완성된 답이 아니라 도예 작가로서 결합할 수 있는 예술의 층위에 대해 계속해서 다시 던지는 물음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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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d on Sun, Mon, Public Hol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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