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KABINETT

SOLO EXHIBITION

꽃, 버드나무, 그리고 저수지


November 10 - Dec 9, 2023

Gallery Kabinett, 2F


Geonyul Jang

내가 사는 곳 근처 하천에는 버드나무가 한 그루가 있다. 지난 2년간 그 하천을 따라 출퇴근을 하면서 차창 너머로 홀로 선 버드나무를 보곤 했다. 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이나 축 늘어뜨린 가지의 생김, 호젓한 나무의 모습은 이상하게 눈길이 갔다. 그러다 문득 이동하며 보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버드나무를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드로잉 도구를 챙긴 후 자전거를 타고 버드나무를 그리러 나갔다. 


지난 몇 년간 꽃과 식물의 모양을 빌려와 화면을 구성하는 작업을 했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마주하게 되는 꽃과 식물은 쉽게 만날 수 있는 친숙한 자연물이었다. 그러다 최근, 주된 이동 수단이 자동차로 바뀌면서 갈 수 있는 곳과 볼 수 있는 것이 늘어났다. 버드나무 역시 그 과정에서 인식하게 된 대상 중 하나였던 셈이다. 


물리적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자 인식의 반경 또한 확장됐다. 

창녕의 레지던시 활동과 경남의 곳곳을 다니며 꽃과 식물뿐만이 아니라 나무와 저수지, 산과 강을 더 자주 만나려 했다. 자연과 거리를 가깝게 두는 경험은 대상을 보다 유연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내 시야에 담기는 장면이 다양해졌다는 것은 반가움으로 다가 왔다. 특정한 분류에 시선을 가두지 않고 마음에 머무는 것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려 했다. 


사생이라는 방식은 눈앞의 풍경을 경험하기에 좋은 방법이었다. 그곳, 그 시간, 자연 앞에 마주 선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는 시간. 사생은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자연을 담아두는 방식이며 그것들이 쌓이고 쌓일수록 캔버스 앞의 나는 자유로워졌다.  


어디선가 본 듯한 모양과 색들, 비정형의 형태와 구성은 내가 본 풍경들과 닮아있다. 어렴풋 한 장면으로 떠오르기도 하고, 때론 가늠 되지 않는 형상처럼 일렁일 때도 있다. 가끔은 그런 시각적 형상들이 추상적이거나 단순한 형태로 수렴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러한 모든 화면의 실험들이 지금의 나에게는 즐겁다. 눈으로 바라보는 자연과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할 때 발견하게 되는 핵심적인 이미지의 교집합이 있다. 그리고 꾸준히 그림을 그려나가다 보면 그 지점을 만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나 볼 수 있는 풍경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재료로, 나만이 그려낼 수 있는 자연의 모습이 있다고 믿는다. 


- 장건율



There is a willow tree in the river near where I live. During my commute along the river for the past two years, I used to see willow trees standing alone through the car window. The shape of the leaves shaking with the wind, and the appearance of drooping branches, a lonely tree were strangely eye-catching. Then suddenly, I wanted to look at the willow tree up close. After taking the drawing tools, I went out and rode my bike to draw a willow tree.


For the past few years, I created the composition of my work based on the shapes of flowers and plants. Flowers and plants could be easily encountered while walking or cycling were familiar natural objects. But recently, as the main means of transportation has been changed to cars, there have been more places and objects to go and see, and Willow trees were also one of the objects recognized.


As the distance physically visited by cars increased, the radius of recognition also expanded. 

I tried to meet trees, reservoirs, mountains, and rivers more often as well as flowers and plants while traveling around Changnyeong and Gyeongsangnam-do. The experience of keeping a close distance from nature has made me more flexible in recognizing objects. It came as a pleasure to me that the scenes in my sight have diversified. So I tried to actively interpret staying in the mind without locking my eyes to a particular classification.


For me, the way of drawing was a good way to experience the scenery in front of me. The place, the time, the time to understand one's existence in front of nature. Drawing is not a reproduction, but a way of capturing nature in me, and as they have accumulated, I in front of the canvas became free.


The shapes, colors, and atypical shapes and compositions look similar to the landscapes I have seen. It sometimes reminds a familiar scene, or it looks like an ambiguous figure. Sometimes such visual figures take on abstract or simple forms, but all of these experiments on canvas are pleasant to me now. There is an intersection of nature viewed through the eyes and the key images expressed in artworks. I think I will be able to meet that point if I keep drawing my works.


With the scenery that anyone can see and the materials that anyone can use, I believe there is a nature scene that only I can draw.


- Geonyul Jang


SOLO EXHIBITION

꽃, 버드나무,

그리고 저수지


November 10 - December 9, 2023

Gallery Kabinett, 2F



Geonyul Jang

내가 사는 곳 근처 하천에는 버드나무가 한 그루가 있다. 지난 2년간 그 하천을 따라 출퇴근을 하면서 차창 너머로 홀로 선 버드나무를 보곤 했다. 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이나 축 늘어뜨린 가지의 생김, 호젓한 나무의 모습은 이상하게 눈길이 갔다. 그러다 문득 이동하며 보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버드나무를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드로잉 도구를 챙긴 후 자전거를 타고 버드나무를 그리러 나갔다. 


지난 몇 년간 꽃과 식물의 모양을 빌려와 화면을 구성하는 작업을 했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마주하게 되는 꽃과 식물은 쉽게 만날 수 있는 친숙한 자연물이었다. 그러다 최근, 주된 이동 수단이 자동차로 바뀌면서 갈 수 있는 곳과 볼 수 있는 것이 늘어났다. 버드나무 역시 그 과정에서 인식하게 된 대상 중 하나였던 셈이다. 


물리적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자 인식의 반경 또한 확장됐다. 

창녕의 레지던시 활동과 경남의 곳곳을 다니며 꽃과 식물뿐만이 아니라 나무와 저수지, 산과 강을 더 자주 만나려 했다. 자연과 거리를 가깝게 두는 경험은 대상을 보다 유연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내 시야에 담기는 장면이 다양해졌다는 것은 반가움으로 다가 왔다. 특정한 분류에 시선을 가두지 않고 마음에 머무는 것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려 했다. 


사생이라는 방식은 눈앞의 풍경을 경험하기에 좋은 방법이었다. 그곳, 그 시간, 자연 앞에 마주 선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는 시간. 사생은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자연을 담아두는 방식이며 그것들이 쌓이고 쌓일수록 캔버스 앞의 나는 자유로워졌다.  


어디선가 본 듯한 모양과 색들, 비정형의 형태와 구성은 내가 본 풍경들과 닮아있다. 어렴풋 한 장면으로 떠오르기도 하고, 때론 가늠 되지 않는 형상처럼 일렁일 때도 있다. 가끔은 그런 시각적 형상들이 추상적이거나 단순한 형태로 수렴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러한 모든 화면의 실험들이 지금의 나에게는 즐겁다. 눈으로 바라보는 자연과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할 때 발견하게 되는 핵심적인 이미지의 교집합이 있다. 그리고 꾸준히 그림을 그려나가다 보면 그 지점을 만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나 볼 수 있는 풍경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재료로, 나만이 그려낼 수 있는 자연의 모습이 있다고 믿는다. 


- 장건율



There is a willow tree in the river near where I live. During my commute along the river for the past two years, I used to see willow trees standing alone through the car window. The shape of the leaves shaking with the wind, and the appearance of drooping branches, a lonely tree were strangely eye-catching. Then suddenly, I wanted to look at the willow tree up close. After taking the drawing tools, I went out and rode my bike to draw a willow tree.


For the past few years, I created the composition of my work based on the shapes of flowers and plants. Flowers and plants could be easily encountered while walking or cycling were familiar natural objects. But recently, as the main means of transportation has been changed to cars, there have been more places and objects to go and see, and Willow trees were also one of the objects recognized.


As the distance physically visited by cars increased, the radius of recognition also expanded. 

I tried to meet trees, reservoirs, mountains, and rivers more often as well as flowers and plants while traveling around Changnyeong and Gyeongsangnam-do. The experience of keeping a close distance from nature has made me more flexible in recognizing objects. It came as a pleasure to me that the scenes in my sight have diversified. So I tried to actively interpret staying in the mind without locking my eyes to a particular classification.


For me, the way of drawing was a good way to experience the scenery in front of me. The place, the time, the time to understand one's existence in front of nature. Drawing is not a reproduction, but a way of capturing nature in me, and as they have accumulated, I in front of the canvas became free.


The shapes, colors, and atypical shapes and compositions look similar to the landscapes I have seen. It sometimes reminds a familiar scene, or it looks like an ambiguous figure. Sometimes such visual figures take on abstract or simple forms, but all of these experiments on canvas are pleasant to me now. There is an intersection of nature viewed through the eyes and the key images expressed in artworks. I think I will be able to meet that point if I keep drawing my works.


With the scenery that anyone can see and the materials that anyone can use, I believe there is a nature scene that only I can draw.


- Geonyul 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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